호가창과 체결창: 가격 뒤에 숨은 주문 흐름 보기
앞에서 우리는 캔들 차트에서 OHLC와 몸통·꼬리를 읽는 법을 봤습니다.
하지만 캔들은 어디까지나 “결과물”에 가깝습니다.
- 이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
- 어떤 구간에서 누가 얼마나 주문을 쌓았는지
- 실제로 어떤 주문이 체결되면서 가격을 움직였는지
를 보려면, 차트만으로는 부족합니다.
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호가창(orderbook)과 체결창(time & sales, 이하 ‘체결창’)입니다.
캔들이 “완성된 캔버스”라면,
호가창과 체결창은 그 그림을 그릴 때 쓰인 붓질 하나하나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.
이 글에서는 차트 기초의 일부로:
- 호가창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
- 체결창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
- 캔들, 호가창, 체결창을 어떻게 함께 묶어서 이해해야 하는지
를 소개합니다.
(이 글은 구체적인 오더플로 전략이 아니라,
“데이터를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는지”에 초점을 둡니다.)
1. 호가창(Orderbook)이란 무엇인가
호가창은 간단히 말해, “지금 이 가격대에 쌓여 있는 대기 주문 목록”입니다.
- Bid(매수 호가): 이 가격에 사고 싶다고 대기 중인 주문
- Ask(매도 호가): 이 가격에 팔고 싶다고 대기 중인 주문
- 각 가격대마다 수량(size)이 함께 표시됩니다.
가장 중요한 개념 몇 가지만 먼저 짚어보겠습니다.
1-1. 베스트 Bid, 베스트 Ask, 스프레드
호가창에서 항상 눈에 띄는 것은 맨 위의 두 가격입니다.
- Best Bid: 현재 가장 높은 매수 대기 가격
- Best Ask: 현재 가장 낮은 매도 대기 가격
- Spread(스프레드) = Best Ask − Best Bid
스프레드가 좁다는 것은:
- 매수·매도 간 가격 간격이 적고
-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
는 의미입니다. 반대로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면:
- 순간적으로 유동성이 빠졌거나
- 변동성이 커져서 누구도 그 사이 구간에 차분히 주문을 쌓지 않는 상황
일 수 있습니다.
1-2. 가격대별 주문 잔량과 “벽(Liquidity Wall)”
각 가격대에 쌓여 있는 잔량(size)은 곧 그 가격대에서의 유동성(liquidity)을 의미합니다.
- 매수 쪽에 큰 잔량이 쌓인 구간 → 매수 벽(bid wall)
- 매도 쪽에 큰 잔량이 쌓인 구간 → 매도 벽(ask wall)
이 벽이 실제로 가격을 지지·저항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만,
최소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.
- 해당 가격대에서 한 번에 관통하기 위해 필요한 체결량이 크다
- 따라서 짧은 시간에 관통되면, 그만큼 강한 공격적 주문이 들어온 것일 수 있다
호가창은 “지금 이 가격 근처에서 거래가 일어난다면,
어떤 가격대에서 얼마나 많이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?”를 보여주는 지도에 가깝습니다.
2. 체결창(Time & Sales)이란 무엇인가
호가창이 “대기 중인 주문”이라면,
체결창(Time & Sales)은 “실제로 체결된 거래 내역”의 연속입니다.
보통 다음 정보들이 포함됩니다.
- 체결 시각(Time)
- 체결 가격(Price)
- 체결 수량(Volume/Size)
- 그 체결이
- Bid 쪽에서 일어났는지 (매도자가 공격적)
- Ask 쪽에서 일어났는지 (매수자가 공격적)
2-1. 공격적인 주문 vs 수동적인 주문
주문 흐름을 이해할 때 기본 프레임은 다음과 같습니다.
- 수동적인 주문(Passive order)
- 호가창에 대기해 있는 Limit 주문
- “이 가격까지 오면 사겠다/팔겠다” 하고 기다리는 쪽
- 공격적인 주문(Aggressive order)
- 상대 호가를 시장가(Market) 또는 적극적인 Limit로 바로 때리는 주문
- “지금 당장 채워달라”고 주문을 던지는 쪽
체결창은 이 중에서 공격적인 쪽의 의지를 잘 보여줍니다.
- Ask 쪽에서 계속 체결이 일어난다면
→ 매수자가 매도 대기 물량을 계속 먹어가며 위로 밀고 있다는 뜻 - Bid 쪽에서 계속 체결된다면
→ 매도자가 매수 대기 물량을 던지며 아래로 밀고 있다는 뜻
물론, 이것만으로 “반드시 추세가 이어진다”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,
“지금 이 순간, 누가 더 공격적으로 버튼을 누르고 있는가”를 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.
3. 호가창·체결창, 그리고 캔들
이제 캔들, 호가창, 체결창을 한 번에 묶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.
- 캔들:
- 일정 시간 동안의 결과 (Open, High, Low, Close)
- 호가창:
- 그 시간 동안 차트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동성 지도
- 체결창:
- 그 유동성 위에서 실제로 체결되며 움직인 흐름
예를 들어, 5분 캔들이 하나 만들어지는 동안:
- 호가창에서는
- 특정 가격대에 매수 벽이 쌓였다가
- 슬며시 사라지기도 하고
- 위쪽에 매도 벽이 새로 생기기도 합니다.
- 체결창에서는
- 연속된 작은 매수 체결이 이어지다가
- 갑자기 큰 매도 체결이 터지기도 합니다.
- 최종적으로 이 모든 것이 합쳐져
→ 5분 캔들의 OHLC와 몸통·꼬리로 요약됩니다.
같은 캔들 모양이라도
호가창과 체결창의 내부 구조는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.
그래서 경험 많은 트레이더들은 “차트 + 호가창 + 체결창”을 함께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.
4. 호가창에서 최소한 챙겨봐야 할 것들
호가창 전체를 완벽히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.
차트 기초 단계에서는 아래 네 가지만 보셔도 충분합니다.
4-1. 스프레드가 갑자기 넓어질 때
- 평소에는 좁던 스프레드가 순간적으로 확 넓어지는 경우
→ 누군가 큰 주문을 소화한 직후이거나,
→ 유동성이 빠지면서 “한동안 휘청일 수 있는 구간”이 될 수 있습니다.
특히 레버리지 포지션을 들고 있을 때는
스프레드 확장 = 예상보다 더 나쁜 가격에서 강제 청산될 위험과도 연결됩니다.
4-2. 특정 가격대에 몰린 큰 잔량
- 위쪽에 두드러지는 매도 벽
- 아래쪽에 두드러지는 매수 벽
이 벽이:
- 실제로 버티는지
- 아니면 가볍게 관통되는지
- 관통될 때 체결창에서 얼마나 강한 연속 체결이 터지는지
를 함께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.
이는 나중에 브레이크아웃/페이크아웃을 볼 때도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.
4-3. 자주 사라지는 “유령 벽”
어떤 계정은 특정 가격대에 큰 주문을 걸어두었다가,
가격이 가까워지면 갑자기 그 주문을 취소하기도 합니다.
- 이런 주문은 종종 심리적인 압박을 주기 위해 쓰이기도 하고
- 실제 체결 의지가 약한 경우도 많습니다.
따라서:
- “벽이 있다”는 사실보다, 그 벽이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되는지
- 가격이 다가갔을 때 그 벽 주변에서 실제로 체결이 일어나는지
를 같이 보셔야 합니다.
5. 체결창에서 최소한 챙겨봐야 할 것들
체결창은 처음 보면 단순히 숫자가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,
여기서도 몇 가지 포인트만 의식하면 도움이 됩니다.
5-1. 연속된 같은 방향 체결
- 짧은 시간 안에 Ask 쪽 체결이 연속해서 터질 때
→ 공격적인 매수자가 위로 밀어붙이는 중일 수 있습니다. - 반대로 Bid 쪽 체결이 연속될 때
→ 공격적인 매도자가 아래로 밀어붙이는 중일 수 있습니다.
여기에 캔들까지 함께 보면:
- 강한 추세 캔들이 만들어질 때 체결창도 같은 방향으로 연속 체결이 나오는지
- 반대로 큰 꼬리가 달린 캔들에서는
초반에는 한 방향 체결 → 이후 반대 방향 체결로 뒤집혔는지
같은 구조를 연습해볼 수 있습니다.
5-2. 평소보다 큰 체결(블록 트레이드)
체결창에서는 보통 평균적인 체결 크기보다 유난히 큰 체결이 눈에 띕니다.
- 큰 매수 체결이 나온 뒤,
- 가격이 그 위에서 잘 버티는지
- 바로 다시 그 가격 아래로 밀리는지
- 큰 매도 체결이 나온 뒤,
- 그 아래에서 계속 매도가 쏟아지는지
- 오히려 저점 매수 반격이 들어오는지
를 보는 것은, 단순히 “큰 체결이 나왔다”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.
6. 차트 초보가 호가창·체결창을 볼 때 주의할 점
호가창·체결창은 분명 중요한 도구지만,
너무 가까이에서만 보면 오히려 시장을 과도하게 미시적으로 해석하게 됩니다.
초기에는 다음과 같은 실수를 많이 하게 됩니다.
- 한두 틱 움직임에 과잉 반응
- 호가창 숫자 몇 줄 바뀔 때마다
“지금 매수벽 사라졌다”, “이제 끝났다” 하며 포지션을 흔들기
- 호가창 숫자 몇 줄 바뀔 때마다
- 의도와 결과를 혼동
- 큰 벽 하나만 보고
“이 가격은 절대 못 뚫는다”라고 단정해버리기
- 큰 벽 하나만 보고
- 상위 타임프레임을 완전히 무시
- 캔들 기초 에서 본 것처럼
결국 우리는 항상 여러 캔들, 여러 타임프레임을 한 번에 봐야 합니다.
- 캔들 기초 에서 본 것처럼
그래서 추천드리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.
- 우선 캔들 구조와 타임프레임을 먼저 이해하고
- 그 다음에 호가창·체결창은
- “지금 이 캔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”를
- 보조적으로 확대해서 보는 도구로 활용
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입니다.
7. 다음 단계에서 이어질 내용
이 글에서는:
- 호가창: 대기 주문의 지도
- 체결창: 체결 흐름의 기록
- 캔들: 그 둘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
라는 큰 구도를 정리했습니다.
다음 글에서는 타임프레임(timeframe)을 다루면서,
- 같은 움직임도 1분, 15분, 1시간 캔들에서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
- 어떤 타임프레임을 기준으로 “큰 그림”을 잡고
어떤 타임프레임에서 진입·청산을 고민하는 것이 좋은지
를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.
타임프레임 로 계속됩니다.